배터리를 언제 충전하시나요? - Sun, Nov 7, 2021
그냥 잡담
Carpe Diem - Seize the Day
며칠 전 지인의 타임라인의 글을 읽었다. 배터리 충전에 대한 글인데 글쓴분은 필요할 때 못 쓰게 되는 경우를 참지 못해서 수시로 충전을 한다는 글이었다.
나: “저는 2% 될 때까지 충전을 하지 않아요.”
글쓴이: “왜요? 배터리를 오래 쓰기 위해서 그러시나요?”
나: “아니오, 귀찮아서요. 방전되서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ㅋㅋㅋㅋ”
글쓴이: “ㅋㅋㅋㅋㅋ”
문득 생각해 보니 배터리 충전 하나에도 이렇게 사람마다 다른 성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은 모두 같은 휴먼 클래스의 객체일 수 있겠지만, 상태와 행동은 모두 달라서 백만 명의 사람 객체가 있다면 백만 명 중 서로 같은 상태 값을 가지는 사람 객체들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쓰다 보니 너무 옆길로 많이 샜고, 너무 개발자처럼 글을 써 버렸구나…
나는 대부분의 경우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당장 6개월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계획을 세워서 준비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을 것 같아서이고, 배터리 이야기에서처럼 그냥 성향이 그런 편이다.
대체로 이 성향은 우리나라의 보통 사람들과 다소 의견차이를 보이는데, 기억을 조금 떠올려 보면… 자동차를 살 때도 다른 사람들은 대체로 잔존가치를 걱정해서 미래에 중고차로 잘 팔리는 컬러와 차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냥 당장 맘에 드는 차를 고르는 편이다. 차를 산 건 내 편의와 취향을 위해서이지 팔기 위해 차를 사는 것은 아니지 않나? 팔 때 가격이 떨어지면 하는 수 없다.
공부를 할 때도 비슷한 성향이 있는데, 당장 필요한 기술이 아니면 공부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공부의 우선 순위는 재밌는 걸 제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당장 업무에 필요한 기술만 공부하게 된다. 미리 해봤자 사용하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리게 되기도 하고, 제대로 익히기도 어렵다고 느꼈던 것 같다.
쓰다 보니 또 결론이 애매한 글이 되어버렸는데, 주변 학생들이 너무 미래를 대비하다 보니 의사결정을 힘들어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미래를 대비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못 사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은 지나치게 미래를 의식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20%만 더 현재를 즐기면서 살면 그만큼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죽은 시인의 사회 소설을 읽고 싶다.
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조X일보 컬럼의 평양냉면 같은 장년의 향기가 물씬 나는 글이 써졌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