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오타쿠 - Mon, Mar 15, 2021
오타쿠는 작은 돈으로 행복을 산다.
행복한 오타쿠
PS5를 사고 싶다
요즘 구하기 어렵다는 PS5를 구매했다. 최근들어 점점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정가 62만원짜리가 당근 마켓에서 70만원에 거래중이다. 사실 70만원이란 돈은 중산층인 중년 오타쿠에게 그리 비싼 돈은 아니지만 나름 불의(?)에 타협하기 싫은 것일까? 정가보다 비싸게 파는 물건은 사고 싶지 않았다.
개발자는 착하다, 아마도요
그러는 중 일요일 아침 “플스5” 키워드 등록을 한 당근 알림이 왔다. 보나마나 되팔이(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레어템 사냥꾼을 칭하는 신조어)겠지 신경도 안 썼는데, 아니다. 1주일 사용한 정상 중고물품이다. 심지어 정가보다 2만원 싸다! 1주일 사용했으면 5만원 정도 싼게 인지상정이겠지만 요즘 시세에 그게 어딘가. 채팅창에 구매하겠습니다! 라고 타이핑하고 부랴부랴 옷을 입고 흥분된 마음으로 판교역 인근 우체국으로 차를 끌고 달려갔다. 아마 내 차를 구입한 5년만에 체감상 가장 세게 엑셀을 밟은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정속 50KM/H는 지키지만.
약속장소에 플스를 들고 나타나신 척 봐도 개발자인 그 분(사실 판매물품에 맥북 프로, 기계식 키보드 여러 개가 넘쳐나서 개발자라고 추정이 되었다.)은 와 주셔서 고맙다고 추가로 5만원을 할인해 준다고 했지만 거절하고 60만원을 지불하고 차에 싣고 왔다. 나중에 와이프한테 조금 혼났지만 뭐 그럼 어떠랴? 정말 기쁜 날이다.
PS5는 관상용
그렇게 사온 PS5는 바로 책상에 설치가 되었다. 그 뿐이다. 사실 할 게임도 없었지만 그래도 좋다. 책상에 전시된 PS5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또 다른 기쁨
오후에 또 다른 기쁜 일이 있었다. 고전게임 공략집을 개인이 취미로 복원했는데, 그 공략집 나눔에 당첨이 된 것이다. 내 인생 최고의 게임이었던 파이널 판타지 5의 공략집인데 너무나도 복원을 잘 했다. 80권 선착순 판매를 했을 때 원래 계획은 여러 권을 사서 친한 개발자분에게 생색내면서 선물하려고 했는데 실패해서 더욱 갖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손에 넣어서 너무 기뻤다. 솔직히 PS5보다 이 책이 조금 더 행복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
내가 오타쿠라 행복하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돈으로 정말 큰 행복을 살 수 있다.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페라리를 수십대 사셨던 모 회장님도 오늘의 나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비슷한 수준이었겠지.
덧붙임: 가족은…
소제목이 작아진 것 같은데 기분탓이다. 여튼 화이트데이인데 화이트 플스5만 집에 들고 갈 수 없으니, 소소하게 와이프와 딸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챙겨서 들어갔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