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2 실력이 조금 늘었다 - Mon, Apr 12, 2021
의도적 수련을 안 해도 실력이 향상될 수 있더라
Street Fighter 2
- 1991년 CAPCOM에서 발매한 아케이드 게임
나는 비디오게임을 좋아한다. 비디오 게임은 대부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대전격투게임이다. 대전격투게임은 주로 플레이어 두 명이 정해진 스테이지에서 제한시간을 두고 싸우는 방식인데 제한시간 내에 상대의 체력을 0으로 만들어서 K.O를 시키거나 남은 시간이 0초가 되어 타임아웃이 되었다면 둘 중 체력수치가 높은 쪽이 승리를 하게 된다.
대전격투게임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게 되건은 1991년에 등장한 Capcom사의Street Fighter II (이하 스파2)이다. 전세계의 전자 오락실에서 스파2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당시 내가 살던 부산 구서동의 작은 오락실만 해도 스파2 기계를 여러 대 들여 놓았다. 스파2 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겨우 한 판을 할 수 있었고, 상대를 운 좋게 이긴다면 계속할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패배한다면 다시 긴 시간을 대기해야만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이후에 많은 대전격투게임이 쏟아져 나왔다. 스트리트 파이터, 아랑전설, 용호의 권, 사무라이 스피리츠, 킹 오브 파이터즈와 같은 2D 격투게임부터, 버츄어 파이터, 소울 칼리버, 철권 같은 3D게임까지 수많은 게임이 인기를 끌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은 예전만큼 인기가 많지는 않아서 유저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철권, 킹오브 파이터즈, 스트리트 파이터 등은 제법 유저수가 있는 편이다.
여튼 1991년부터 나는 스파2를 열심히 해왔다. 스파 시리즈도 간간히 명맥이 이어져서 이제 스파5까지 수십편의 시리즈가 등장했는데, 나는 이 시리즈 대부분을 열심히 즐겼다.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스파2’의 경우 아직도 간간히 플레이를 하는 편이다. 며칠 전에도 그래서 간만에 게임기를 켜고 어느때와 다름없이 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적 캐릭터 중 하나인 브랑카가 롤링 어택이라는 필살기로 원거리에서 날아오는데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승룡권이라는 주인공 류의 트레이드 마크 기술 - 속칭 오류겐 - 로 카운터를 날려서 멋지게 승리했다. 어? 이게 되네? 롤링 어택이라는 기술이 정말 빠르기 때문에 90년대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인데, 아무 생각도 없이 자연스럽게 기술이 나가는 것이다. 신기해서 다시 게임기를 리셋하고 다시 브랑카와의 전투를 해 봤는데, 역시 이번에도 쉽게 카운터 승룡권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브랑카가 날아오는 속도도 예전처럼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 날은 이 신기한 현상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뭐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내가 대전격투게임을 30년간 즐겨왔기 때문이다.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실력향상을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실력이 향상된 것이다.
얼마전까지 우리 IT업계에서는 만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의 내용이 유행이었다. 만시간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리고 금새 반론이 제기되었다. 단순한 만시간의 노력으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피드백을 통한 의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도 그 내용에 정말 공감하고 동의한다. 의도적 수련이 성장하고 싶은 직업인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두가 그렇게 해야만 하는걸까? 적당히 즐기면서 오래오래 열심히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없는 걸까? 아니 꼭 전문가가 되어야 하나? 남들보다 잘해야 하는 걸까? 너도나도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요즘 트렌드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적당히 즐겁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