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꺼내본 파이널 판타지 V - Mon, Apr 5, 2021
내가 좋아하는 것은 게임인가 추억인가
원래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지만 최근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되어서 레트로 게임 취미에 가속이 붙었다. 최근에는 스퀘어에닉스사 - 당시 사명은 SQUARE SOFT로 아직 Enix와 합병하기 전이다 - 의 Final Fantasy V를 다시 하는 중이다.
파이널 판타지 V, 줄여서 FFV는 1992년 12월 6일에 발매된 게임인데, 당시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게임이다. 당시의 나는 이 게임을 돌릴 수 있는 현대 슈퍼컴보이 본체도 없고, 게임을 살만큼 풍족한 용돈도 없었지만 이 게임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 해 겨울에는 차선책으로 게임챔프 공략을 읽고 또 읽으며 언젠가 게임을 할 날이 오기를 상상하며 보냈다.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이었고, 그 게임을 실제로 접했을 때는 상상 그 이상으로 감동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이번이 세 번째 게임플레이다. 처음은 발매시점에서 1년 지난 1993년 여름이었고, 2번째는 몇 년전 스마트폰으로 재발매되어서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했다. 그리고 지난 3월,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거의 대부분의 날을 집콕하며 지내다가 우연하게 선물받은 슈퍼패미콤 본체와 공략집으로 인해 다시 FFV를 하게 되었다.
내가 이 세상을 구해야 한다. 진부하지만 언제 봐도 멋지다.
스스로에게 흥미로운 점은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처음 했을 때는 일본어를 잘 몰랐던 탓도 있긴 하지만, 멋진 그래픽과 연출, 사운드, 적절한 레벨링과 엔딩을 봤을 때의 성취감 등에 감상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주로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서사를 중점으로 일련의 사건들과 주인공들의 선택을 내 삶과 대비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동료와 세상을 위해 무시무시한 몬스터와의 전투는 기본이다.
주인공들은 정통파 JRPG답게 동료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아무런 이득이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세계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다른 세계에서 온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워프존에 전혀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회사라는 이익집단의 동료로 만났기 때문에 동료애, 그리고 정의로운 선택보다는 아무래도 자신의 편안함과 이익을 더 선택하는 현실 중년 40대 내 모습이 내가 정말 바랬던 어른의 모습이었을까.
동료를 위해서라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도 두렵지 않다.
또 다른 모습은 부모가 되어서 손녀딸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게 더 공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임에는 두 명의 할아버지 캐릭터 - 다른 세계의 한 나라의 왕인 가라프와 엔지니어인 시드 - 가 그들의 손자손녀들과 엮이는 에피소드들이 크게 공감이 되었다.
할아버지 가라프를 구하기 위해 날아온 손녀딸 쿠루루.
나이가 들었을 때 책을 다시 읽으면 기분이 새롭다고 하는데 게임도 그렇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 50대 60대에 책을 읽고 게임을 하면 또 어떤 기분이 들까. 재미있고 기대된다.